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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을 클릭했다는 것은 교회 등지에서 건반을 조금 칠 줄 안다는 이유로 반주자를 맡게 되었거나, 맡을 예정이라거나 혹은 맡았다거나 하는 분일 겁니다. 실용음악 학원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 순혈(?) 비전공자 출신인 필자도 교회에서 처음 반주를 맡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요구치는 높은데, 숙련이 안 되어 몸이 따라가질 못하는 느낌과 함께 실수를 거듭하며 얼굴이 빨개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처음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실수와 시행착오가 실력향상의 지름길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시기를 힘겹고 길게 끌고 갈지 아니면 영리하게 빠르게 돌파해 낼지는 적어도 선택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지금에는 듭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저와 같은 미련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그 시기를 빠르게 돌파하여 든든한 실력을 챙기게 되시길 바랍니다.
비전공자로 반주에 임한다는 것이 왜 어려울까?
우선은 비전공자가 반주를 하며 부딪히게 되는 상황들과 어려움을 몇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넘어가려는 이유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해결을 위한 지름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여러 가지 이유 중 본인은 어떤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파악해 보시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잡으면 좋을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비전공자가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몇 가지 꼽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전공자들처럼 '반주'라는 행위 자체를 위해 투입할 시간이 많지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는 것입니다. 비전공자에게 반주는 어찌보면 취미에 가까운 영역이기에 그것을 업으로 삼는 전공자에 비해 투입되는 연습량 등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건반을 연주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많이 타본 사람이 잘 타듯 연습시간과 실력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력향상을 위해 연습량을 늘려야 하는 것도 알지만 왠지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전공자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하는 심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둘째, 찬송가 반주와 일반 찬양곡(CCM이나 복음성가)의 반주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느껴져서 입니다. 일부 보수적인 교회의 경우 찬송가는 4 성부 악보 그대로 연주되기를 회중이 바라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코드 반주로 간단하게 반주해도 사실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반적인 복음성가의 경우 코드와 멜로디만 보고 반주를 뽑아내야 하는 것을 반대로 어려워하실 수도 있는데, 이는 반주자의 배경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바이엘-체르니) 기반 테크트리를 배경으로 자라난 분들이라면 4 성부 그대로 요구하는 찬송가가 오히려 쉽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반대로 자주 나오는 코드 정도만 숙지하고 반주에 임하는 실용음악 찍먹파 테크트리를 타신 분의 경우 찬송가 반주보다는 일반복음성가 반주가 더 쉽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오히려 초보적인 코드 반주로 본인이 연주하는 찬송가가 왠지 모르게 빈약하게 들리는 것에 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셋째, CCM(현대기독교음악)은 역사가 길어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옛곡을 리메이크하며 리듬과 보이싱을 다르게 입히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유튜브의 대중화와 함께 워십팀의 수도 증가하였거니와 그들이 구사하는 테크닉은 초급자가 따라 하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인도자들은 레퍼런스로 보통 그런 수준 높은 느낌을 요구합니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4비트, 8비트, 16비트 펑키에서부터 셔플, 스윙, 펑키 바운스, 보사노바나 삼바 같은 라틴 계열 특수 리듬까지 숙련도를 높여야 두어야 할 부분과 요소가 아주 다채롭고 많으며, 매번 쳐야 하는 곡이 바뀝니다. 복음성가의 수는 또 왜 그리 많은지 찬양집을 아무거나 집어 들어만 봐도 천곡이 훌쩍 넘습니다.
넷째, 반주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단순히 정해진 순서대로 음악을 연주하는 기능인을 넘어, 예배 중 일어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 센스와 능력을 갖춘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찬양 인도자는 다양하고 인도자 마다 또 각자의 개성이 있어 서로 선호하는 리듬이나 애용하는 주법, 템포가 다릅니다. 더 나아가 곡을 시작하는 방식 중간에 간주를 넣는 방식과 간주의 길이 어느 소절로 이동하길 원할 때 이끄는(콜링 하는) 방법과 선호하는 곡의 끝맺음 방법 등이 모두 다릅니다. 달라지는 찬양 인도자에 맞춰 반주자는 그 다채로운 오더를 어떻게든 쳐내야만 합니다. 반주가 삑사리라도 내는 순간 예배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육성으로 본인만의 키(Key)로 곡을 설교 중에 부르시고 반주자 보고 따라 들어오라고 하시는 목사님도 계실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청음 능력까지 요구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제발 그런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속으로 기도하게 되며, 마음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초기 투입되는 연습 시간은 더 많이
무엇이든 어떤 기술을 처음 터득할 때 들어가는 시간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저히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주변 환경을 바꿔서라도 건반 앞에 앉아야 합니다. 주 2~3회 정도는 30분 이상 연습할 여건을 만드셔야 합니다. 사실 30분도 따지고 보면 짧은 시간인 게 한곡을 치는데, 2~3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보통 예배 한 타임에 연주되는 게 6곡이라고 가정했을 때 6곡을 두어 번 치면 끝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투입시간을 들여 최대한 특정곡들의 스테레오타입(?) 전형적 그리고 전통적으로 해당 곡이 연주되는 스타일을 익숙하게 익히고 나면 나중엔 장르별로 묶여서 비슷한 종류의 곡들의 연습시간이 줄어듭니다. 추가적으로 연습시간을 압축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템포는 예배 실황에서 연주될 수준보다 120% 정도로 빠르게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급자의 경우 화성학적 지식 부족으로 다음에 이어질 코드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코드를 변경하는 속도가 특히 중요합니다. 이미 손가락으로 다음 코드를 자동적으로 누를 정도가 돼야 남는 찰나의 순간에 두뇌 CPU를 돌려서 돌발상황이나 이상한 코드의 등장에 대처하는 등의 변수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연습 시 연주하는 속도를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편 스마트폰에서 메트로놈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템포를 일정하게 연습하는 것도 혼자 연습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화성학 이론적 토대는 처음부터 배움과 적용을 병행하자
이론적인 부분은 인풋과 동시에 아웃풋이 병행되어야 습득이 빠릅니다. 결국 기능적으로 손이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이론 학습의 목표로 삼아야합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이미 늦습니다. 실전에서는 찰나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냉혹한 전쟁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게다가 화성학 이론은 비전공자에게 생소한 영역이며, 휘발성이 강한 지식에 속합니다. 반복 숙달하지 않고 한번 듣고 이해했다고 자만한다면 하나도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실전에서 찰나에 적용이 안 되는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지식임을 강조하겠습니다. 그러면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화성학 이론을 독학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여러 가지 책들을 봤으나, 쉽게 쓰인 책은 깊이가 얕았고, 어렵게 쓰인 책은 비전공자가 읽고 이해하여 실전에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난해하고 깊은 지식까지 다뤘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가성비 있게 절충했을 때, 실전에 적용 가능하면서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수준까지 다루는 책으로 '쉽게 배우는 재즈 화성학'(이범준 저, 예솔)을 추천합니다. 2008년도에 발간된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아직도 이 책을 능가하는 가성비의 책을 발견하진 못 했습니다.
한편, 이론적 인풋이 꼭 필요한가라고 되묻는 당신을 위해 정당성 및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반주자로 실력을 발전시키려면 이론적 토대가 반드시 체화되어야 하고, 수많은 밴드의 다양하게 편곡된 도입부(인트로), 간주, 후주를 카피하기를 요구받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필수로 정복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입니다. 특히나 체화에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반주인생 초기부터 이론공부를 병행하여야 합니다. 추후 시간이 흘러 맞이하게 될 반주 권태기나 슬럼프기 등의 반주생애주기를 고려하면 습득한 지식이 충분히 체화되어 실력이 단단해질 수 있으려면 이론 공부의 시작은 빠를 수록 좋습니다.
실력 발전시키는 순서에 대한 조언
마치 영어를 배울때 학교에서 말하기/듣기/읽기/쓰기/문법 등으로 나누어 배우듯이 음악에서도 구분된 영역이 있습니다. 화성학(이론적 토대)/보이싱(특정 코드를 어떤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잡는가)/애드리브(다양한 스케일과 모드를 활용한)/리듬 패턴 등이 그것입니다. 필자의 반주인생은 얼추 15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빌드(순서)를 잘 짰다면 실력 개발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성학-보이싱은 처음부터 병행이며, 위에서 언급한 대로 배움과 실전 적용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초급 보이싱 정도를 숙달한 후 화성학 이론 중 실제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바로바로 연주될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중급 이상에서는 메이저와 마이너 스케일 및 펜타토닉과 블루스의 기본적인 스케일을 익혀 최소한의 애드리브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둔 후, 리듬과 패턴을 다루며 그에 맞는 보이싱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면 좋습니다. 중고급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왼손 워킹베이스가 어느 정도는 수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기본적인 발라드 리듬이 익숙하다는 전제하에 리듬 중에서는 보사노바를 우선적으로 정복하길 권합니다. 초급자 수준에서 이미 근음은 지체 없이 코드 기보만 보고 즉시 칠 수 있을 정도로 숙달이 되었을 테니, 중급 이상에서는 5음과 더 나아가 어프로치 노트까지 왼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시켜야 합니다. 이후 처치모드 및 다양한 스케일을 연습하면 완성도 높은 애드리브 구사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필자의 고견으로 여기까지는 비전공자 수준에서는 계륵입니다.
필자의 반주자 초심자 시절에는 한국교회 반주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라헬의 코드피아노라고 아시려나) 등이 활성화되어 있어 서로의 어려움과 반주팁들을 공유하며 교학상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단계별로 뉴비도 잘 성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유튜브가 활성화되고 독학하기에는 넘치도록 소스가 다양하지만 아무런 토대가 없는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리는 채널은 필데이브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및 필데이브 스튜디오)을 통해 화성적 이론 토대를 다지시기를 권하며(초급자 기준), 중급에서 고급 수준이시라면 리듬과 패턴 및 현대적인 보이싱을 위해 피우다워십 채널을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요소가 여러 가지 있겠으나 적절한 시기에 자신에게 잘 맞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채널들은 그 기준에 부합한다고 확신합니다.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매우 훌륭한 마음가짐과 더 나은 반주자가 되기 위한 열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필자만 알고 있는 작은 팁을 드리겠습니다. 해당 방법이 언제 막힐지 모르겠으나, 현재 필데이브스튜디오에 (구)필데이브 선생님이 발행하신 관련 서적을 구입하면 찍혀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볼 수 있는 강의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리듬 훈련과 중급 이상의 보이싱 관련해서는 고퀄리티의 영상들이 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신청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실력향상에 적극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여건이 되신다면 유료 강의를 수강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막막한 반주 생활에 안녕과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호락호락한 길이 아님을 알지만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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